혼자 떠나는 여행이기에, 아무래도 준비는 많이 되어 있을 수록 좋았다.
나는 여행에 있어서 숙소의 질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숙소는 괜찮은 곳이어야 했다.
내 일정을 감안했을 때, 가급적이면 숙소 내에 대욕장이 있으면 더 좋았다.
문제는, 나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과 시코쿠에는 생각보다 좋은 숙소가 적다는 것.
내가 숙박을 해야 하는 곳은 총 네 개 도시, 5박이었다.
1박이 토쿠시마, 2박이 스쿠모, 3박이 마츠야마, 4박이 타카마츠, 5박이 다시 토쿠시마.
이 다섯 개의 도시에서, 원하던 조건을 다 맞춘 숙박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 ㅠㅠ
보통은 일본에서 숙박처를 찾는다고 하면, 얼추 이 리스트 내 어딘가의 호텔에서 묵게 된다.
밥이 나오는 도요코인, 일단 싼 망할 아줌마의 아파, 국도 따라 있는 루트 인, 라면 주는 도미인 등등...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저 리스트 내의 호텔 체인에 묵은 건 첫날의 아파 뿐이었고,
그마저도 아파 자체 개장이 아니라 아파가 매입해 사후 개조한, '짭파'에 묵었다.
그만큼 시코쿠가 관광의 불모지라는 뜻도 되기는 하다만...
1일차 숙소・APAホテル<徳島駅前>/ APA호텔 도쿠시마 역
1일차는 아파였다. 역에서 도보 약 5분, 호텔에 대욕장은 없었고, 오래된 느낌이 물씬 나는 호텔이었다.
받은 느낌으로는 원래 타 업체의 호텔이었던 곳을 매입해서 아파 브랜드만 달았다는 느낌.
방도 일반적인 아파보다 훨씬 더 작았고, 전반적으로 시설은 상당히 노후화 되어 있었다.
숙박비 ¥6500 / 박, 아고다 예약 (사전 엔화 결제)
2일차 숙소・ホテルアバン宿毛 / 호텔 아반 스쿠모
2일차는 스쿠모시였는데, 스쿠모역 주변에 호텔 자체가 두 곳밖에 없었다.
그나마 가까운 쪽이 여기였고, 다른 한 곳은 여기보다도 더 멀었으니까 여기로 결정.
당연하게도 전국 체인이 아니었고 지역의 작은 개인 호텔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은 모양새였다.
애초에 스쿠모시의 중심가가 히가시스쿠모역쪽인 것도 있고, 스쿠모 자체가 관광지가 아니니...
숙박비 ¥ 4,700 / 박, 쟈란 예약 (현지 현금 결제)
3일차 숙소・ホテルサンルート松山 / 호텔 선루트 마츠야마
3일차는 마츠야마였다.
이날이 요도선을 타고 시모나다까지 다녀온 날이라 제일 힘들었던 날인데,
힘든 만큼 반드시 욕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디로 할지를 고민했다.
마츠야마 중심가는 현청이나 오오카이도쪽이었고,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
그렇다고 JR역 인근에는 대욕장이 있는 숙소가 없었고, 오오카이도쪽 숙소는 너무 비싸서
울며 겨자 먹기로 여길 골랐고, 센토까지 거리도 얼마 안 되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센토명은 '키스케노 유 JR 마츠야마역 앞' 이었는데, 생각보다는 평가가 좋았던 편.
숙소는... 싼 값은 했지만 설비가 너무 오래되었고, 특히 유닛배스가 정말 최악이었다.
싼 값에 저렇게 바로 역앞이라는 입지가 있지만 않았어도 절대 저기로 안 했을 듯.
마츠야마는 그냥 시간을 많이 들여서라도 오오카이도로 가는게 맞는 것 같다.
숙박비 ¥4,475 / 박, 트립닷컴 예약 (사전 원화 결제)
4일차 숙소・JRクレメントイン高松 / JR 클레멘트 인 타카마츠
타카마츠 역시 중심가와 역의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편이기에, 역 근처에는 호텔이 많지 않다.
이날은 비록 2600계 그린샤를 타는 날이긴 하지만, 일정 자체가 긴 편이어서 대욕장이 필수였기에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역 근처의 대욕장 있는 호텔로 잡은 결과 여기밖에 없었다.
바로 옆의 JR호텔 클레멘츠 타카마츠 JR 호텔 클레멘츠 인 타카마츠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한데,
전자는 역 바로 앞의 커다란 타워형 건물이고, 후자는 그 옆의 삼각형 건물이다.
숙소 퀄리티는 JR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제일 만족스러웠다. 설비도 최신이었고, 방도 큰 편.
무엇보다 최상층의 대욕장이 (물론 오이타나 벳푸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만족스러웠음.
전 숙박 통틀어 제일 비싼 값(물론 시코쿠 치고인거지 도쿄 평균보다 쌈!)이었지만, 그 돈 값을 하는 만족을 얻음
숙박비 ¥ 7,920 / 박, 쟈란넷 예약 (사전 엔화 결제)
5일차 숙소・スマイルホテル徳島 / 스마일 호텔 도쿠시마
토쿠시마는 숙소가 적어 경쟁이 없기에 비싼 것이란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곳.
지도상으로는 역 맞은편에 위치해 아주 가깝다고 느끼겠지만, 사실은 이요카이도(신마치가와-강변 쪽)에 입구가 있음.
그래서 실질적 거리는 아파 토쿠시마와 큰 차이가 없고, 대신 좋았던 건 비교적 고층에 객실이 위치한다는 점.
복합상업시설 아미코(지자체 청사도 위치해있음 ㅋ)의 상부 8~11층에 위치하기에 전망이 괜찮은 편이다.
맞은편의 JR클레멘트 토쿠시마에 묵을까 여기로 할까 고민하다가 싼 맛에 했는데, 가성비로서는 괜찮음.
다만 시설이 조금 낡았고 (이쯤 되면 이건 시코쿠 종특임) 말했듯 입구가 좀 멀리 있는 것이 아쉬운 점.
숙박비 ¥ 6,325 / 박, 트립닷컴 예약 (사전 엔화 결제)
숙박지 종합 정리
사실 원래는 4일차에 코치에서 묵고, 타카마츠를 패스하는 일정도 고려했는데 (그린 기행 패스를 쓴다고 가정)
코치에 적당한 숙소가 없었다! 아니 적당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숙소가 없었다!
코치도 역에서 중심가까지 거리가 조금 있어 둘 다 알아봤는데 역 앞은 그냥 호텔이 없고,
중심가 쪽은 있기는 한데 (그마저도 몇 곳 없음) 숙박비가 기본 1.2만엔 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진짜 경쟁 없는 시골마을은 이런 법이구나... 를 깨달으며 황급히 포기하고 타카마츠로 계획 변경함
(그도 그럴 게, 그린 기행 쓰면 추가로 8천엔이 더 나가는데 숙박비까지 2배가 되는 것이니...)
결과론적으로 보면 목표했던 박당 6천엔 이하(5박 합산 3만엔)를 끊었고, 10점 만점에 6점 정도 되는 만족도였다.
결제는 대부분 트래블로그로 했지만 쟈란은 현금 결제 조건으로 할인 플랜이 있어 저렇게 했고,
트립 닷컴은 한국 원화 결제 한정 할인 플랜이라 저렇게 선택했다.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대욕장이 없고 호텔 시설이 전반적으로 낡은 부분이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다.
다만 나처럼 절약형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 루트 인이라던가 로이넷 등 어느 정도 기본은 하는 체인은 있었기에
박당 1~1.5만엔정도 생각해서 여유롭게 돌려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돌 수 있을 듯.
만족스러운 숙박을 논하기에는 예산의 압박이 너무나도 컸다. ㅠ.ㅠ
이외의 잡설
사실 이건 모든 나 홀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엄청나게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대도시권의 3성급(도요코인급)에 시설이 그럭저럭 하는 비지호 평균가가 박당 ¥ 8,000~10,000 정도 하는데,
여기서 대욕장이 있거나 조금 더 시설이 좋은 호텔(특히 사철계 비지호)로 가면 가격이 약 30% 정도 추가가 된다.
이게 2인이 간다고 하면 시설 투자비에 의한 차액이 인당 약 1500엔의 부담이기에 큰 금액이 아닌데,
혼자 저 돈을 다 낸다고 생각을 하면 순식간에 ¥ 13,000을 쓰게 되는 것이기에 생각보다 큰 재정적 부담이 되는 것.
모리오카, 쿠마모토, 히로시마 등의 지방 도시(그래도 인지도가 있기는 한)로 가면 그 격차가 더 심해지는데,
3성급 평범 그 자체인 비지호가 보통 ¥ 6,000~8,000 정도 하는데 4성급은 가격 차이가 없다.
즉 지방 도시에서는 좋은 숙소를 찾으려면 평범한 숙소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적당한 숙소에 묵고 숙소의 무언가가 특출나게 좋기를 기대하거나, 주변 시설을 찾아야 한다.
거기서 더 떨어지는 (관광으로도 안 가는) 시코쿠 등의 지역이 더 하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보아하니 아키타, 아오모리, 야마가타 등의 키타토호쿠가 저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싶은데
박당 가격이 싸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비싸진다! 경쟁 상대가 적으니까 다 같이 올리는 느낌.
다음 번에는 반드시 조금 더 알아보고, 사전에 쌀 때 얼리버드로 구매해야지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여행이었다.
다음 편에서 드디어 사진과 함께 본격 여행기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