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수립한다고 할 때, 보통 무엇을 먼저 고려하게 될까?
일반적으로는 어디를 갈지, 어디에서 숙박을 할지, 그리고 무엇을 먹을지의 순서로 결정을 하지 싶다.
즉, 교통 수단이나 이동 방법은 어디까지나 '여행 내용을 완수하기 위한 수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니는 일본 여행은 교통수단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많다.
당장 이번 여행만 해도 목적부터가 경현치와 노리츠부시였으니까,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여행 계획을 짜며 가장 처음 시작한 일이 바로 열차 시각표를 뒤적거리는 일이었다.
일본 여행 계획 짜는 것을 도와준 친구가 마침 '24년 4월 개정 시각표를 구해다 주었기에,
이 시각표와 함께 디지털 JR시각표 Pro를 1달치 구독해서 일정 수립에 참고하였다.
물론 디지털판이 이동하면서 원하는 노선을 노리카에 검색까지 해서 볼 수 있으니 편리하기는 하다만,
왜인지 모르게 종이판 시각표의 갱지를 넘기는 느낌이 더 정이 가서, 나는 종이판 시각표를 더 좋아한다.
이동 경로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 크게 세 가지의 조건이 있었다.
1. 반드시 일정은 3일(불가피하면 4일) 내로 구성할 것
2. (토요일 입국이기에) 일요일에 어떻게 해서든 무로토미사키를 갈 것
→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도쿠시마발 4533D에 반드시 승차할 것 (도쿠시마발의 경우)
→ 아니라면, 코치발 5854D에 반드시 탑승할 것 (코치 출발의 경우)
3. 요도선을 탑승하고, 이어서 바로 시모나다의 일몰까지 보러 갈 것
이 조건들을 다 고려하다 보니 일부 구간에서는 특정 열차가 아니면 이동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고,
그래서 계획 수립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타야 할 열차들이 확정되어 버린 케이스가 많았다.
아무래도 일 3~5왕복의 구간이나 환승대기 2시간은 너무 기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자면 TKS 입국이었기에 2번 조건 충족을 위해서는 어쨌든 무기선으로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필수였고,
3번 조건의 충족을 위해서는 어디서 출발하건 반드시 요도선의 4813D를 타야만 했다.
(도중의 우와지마 등에서 1박을 하게 될 경우 일정이 무조건 4일로 늘어나고, 시간이 너무 많이 비어버림)
시모나다를 가는 방법 역시 상행(4922-4924D)과 하행(4921-4923D) 두 가지의 방법이 있었지만,
이동거리나 시간효율 측면에서 하행은 역방향 이동 구간이 너무 길어져 길에서 시간을 버리게 되는 문제가 너무 컸다.
그렇게 도착 후 여정 첫째 날과 도중의 하루, 합해서 이틀 분량의 탑승 열차가 반 강제로 확정되어버렸고,
이제 남은 노선들의 완승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동계획의 전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0일차 계획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혼자서 툭 떨어져 있는 맹장선인 나루토선을 보고 올 시간이 없었다.
이건 이전에 이쪽으로 왔을 때에도 느꼈던 점으로, 탑승 시간 자체는 왕복 1시간여지만 환승손실이 너무 컸다.
그래서 ZE671편으로 도쿠시마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부터 하고, 토쿠시마↔나루토 왕복을 하기로 했다.
1일차 계획
상술했듯 어차피 09시부터 16시까지의 이동 일정은 이미 확정이 된 상황이었기에, 결정은 단순했다.
1) 다음날 요도선을 타러 갈 수 있어야 하고
2) 가능하면 토사 쿠로시오 철도 나카무라 스쿠모선까지
를 만족하는 계획을 세워야 했고, 큰 고민 없이 숙박을 스쿠모로 잡았다.
어차피 5813D가 고멘 이후 코치까지 가는 선행 열차여서 코치까지 가기로 한데에는 큰 고민은 없었고,
가급적이면 빠르게 이동해서 스쿠모에 들어가 저녁을 먹으려 했기에 도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열차를 골랐다.
결국 아시즈리와 보통 623D를 이용하기로 하고, 그렇게 1일차 일정을 완성했다.
2일차 계획
1일차에서 숙박을 스쿠모로 잡았기에, 4817D를 타러 쿠보카와까지 가야 했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맞는 아시즈리 6묵으로 정했고, 여기까지는 그렇게 큰 고민이 없었다.
문제는 4924D를 이용한 다음. 마츠야마에서 숙박하는 것은 결정사항이었지만, 그 과정이 문제였다.
4924D를 타고 이요시에 가서, 우치코선을 타러 가기 위해서는 우와카이 25묵을 타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4924D는 이요시에서 우와카이 24묵을 마치아와세하기에 20분 가까이 정차하고,
우와카이 24묵은 오리카에시로 25묵이 되어버리기에, 24-25묵을 안 타면 40분 가까이를 벌벌 떨며 기다려야 하는 것.
후회하게 될 줄도 모른 채로, 이 때는 그냥 이요시에서 40분을 기다리고 우와카이 25묵을 타기로 결정했다.
그대로 우와카이 28묵으로 이요오즈에서 오리카에시, 마츠야마에 들어와 숙박하는 것으로 2일차 일정까지 완성.
3일차 계획
3일차부터는 이제 진짜 계획다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여기서 일정이 사흘일지 나흘일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마츠야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오카제를 타야 했고, 난푸를 타러 코치에 가야했으며,
다시 난푸를 타고 되돌아와 타카마츠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우즈시오로 토쿠시마까지 이동해야만 했다.
시간표 상으로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었지만, 이틀간 보통석만 타고다녔으니 체력이 정상이 아닐 것이 뻔했다.
보나 마나 무리하게 일정을 짜면 중간에 뻗을 것이었고, 그랬기에 깔끔하게 우즈시오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토사덴 교통은 전선 완주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결국 코치 일정에서 무리수를 두고, 타카마츠에서 마무리했다.
말도 안 되는 계획이 나왔지만, 그걸 어찌저찌 도전은 해보겠다는 이상한 욕심의 결말일지 모른다.
4일차 계획
사실 이 부분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현지에 가서 다니면서까지 고민을 했었다.
타카마츠까지는 사흘 컷이 났지만, 저 상태라면 매우 높은 확률로 몸이 정상이 아닐 것이었으므로.
2주 이상의 전국 여행이었다면 하루쯤 좋은 숙소에, 일찍 들어가서 온천하고 푹 쉬어야 할 날이었다.
하지만 이건 짧은 여행이었고, 그럴 여유가 없었기에 일단은 빡빡한 일정을 짜 놓고,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지에 가서 '그래, 예정대로 하자!' 해놓고 예매했다가 몸 상태가 나빠져 취소 수수료 530엔을 물었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은 계획이므로, 계획을 짜는 즐거움은 남아있었다. 계획을 짤 때까지만 해도 무난할 것이라고 여겼다....ㅎ
간단하게 보면,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하루만에 뽕을 뽑겠다고 난리를 친 일정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린라이너로 혼슈로 이동, 노조미와 하마카제를 통해 반탄선을 타고 돗토리까지 갔다가,
반대로 슈퍼 하쿠토로 돌아와서는 도괴에 추가요금을 내가며 교토까지 쏘고 난 뒤에, 산인선 키노사키를 타고
또 일본해에 까꿍한 뒤에 후쿠치야마선 코우노토리로 오사카에 복귀하여 거기서 노조미와 마린라이너로 타카마츠행.
여기서 끝이 아니고 타카마츠에서 토쿠시마까지 우즈시오를 타고 또 더 들어가야 했다.
몸 상태가 정상이었어도 말이 안 되는 계획을, 저 상태에서 하려고 했던 걸 보면 어지간히 미쳐있긴 했다. 저정도일줄은 나도 몰랐지.
결국 저 정도로 일정을 구성해 놓고, 출발하기로 했다.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 저 때까지만 해도 나름 잘 구성한 계획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의 체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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